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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제작자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른 경기를 보여주고자 맵을 만듭니다. 매일 김치에다 밥을 먹으면 얼마나 질릴까요? 마찬가지로 매번 같은 맵이라면 게이머만이 아니라 게임을 시청하는 사람들이나 지루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실패작이 될 수 있더라도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합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디자인이 심미적인 것을 뜻할 수도 있으나 기능성을 전보다 더 좋게 개발하는 의미도 있기도 합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디자인으로 선정 해보았습니다.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심미적 디자인과 다르게, 기능성 디자인은 직접 다루어보지 않는다면, 디자이너의 취지를 알 수 있기란 매우 힘듭니다. 이런 점이 기능적 디자인의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예쁘지 않은 귤인데 까먹으면 진짜 달고 맛있는 듯이 말이죠) 디자이너는 사용자와 개개인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며 그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새롭게 디자인한 오브젝트를 사용자가 직접 체험하게 하여 디자이너의 의도를 전달합니다. 저 또한 맵의 의도를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하고자 세세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써서 하나의 공식맵을 완성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프로게이머들이 경기하는 공식맵(Official Map)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공식맵 제작팀 MMAT(Mapdori Map Architect Team)의 맵 제작 과정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맵을 제작하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가이드북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본진

본진은 스타크래프트의 게임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요소입니다. 보통의 멀티는 자원이 떨어지면 방어의 필요성이 떨이지는 반면, 본진은 자원이 고갈되어도 생산건물의 유지를 위해 방어가 필요합니다. 맵 에디터에서도 처음 시작으로 본진을 제작합니다, 제작한 본진을 중점으로, 앞마당과 제2멀티를 포함하여 전장을 제작하는데요, 제작 시에 저희가 유의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본진 크기
본진 크기는 게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본진 크기가 작으면 중 후반에 충분한 생산기반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넓으면 드랍(Drop)과 땅굴벌레(Nydus Warm) 및 분광기(Warp Prism)를 통한 견제에 취약하게 됩니다. 따라서 적당한 본진 크기를 통해 게임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 사신 이동경로
테란은 초반에 기동성이 좋은 사신(Reaper)을 통해 적 기지를 정찰 할 수 있습니다. 추진기(Jet Pack)을 통해 언덕을 넘나들 수 있으며, 전투 회복제(Combat Drugs)를 통해 자가 회복도 가능하기 때문에 초반 견제가 강한 유닛입니다. 따라서 밸런스 조절을 위해 본진 제작 시에 사신이 본진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조절합니다.

- 점멸
프로토스의 추적자(Stalker)는 점멸(Blink)로 통해 근거리로 순간이동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점멸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하여 적을 압박하는 ‘점멸자’ 빌드가 강력하기 때문에 본진 가장자리에 일정한 간격을 두어 추적자가 본진으로 점멸 할 수 있는 구역을 조절합니다.


#2 앞마당

경기에서의 첫번째 멀티가 되는 앞마당은 게임의 중반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초석입니다. 앞마당을 확보하면 본격적으로 병력을 확보하기 위한 생산이 시작되며, 이후에 병력 생산에 집중하거나, 자원 확보를 위해 멀티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중반으로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많은 요소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점이 있는지 검사합니다.

- 앞마당 입구
앞마당 입구는 주로 저프전(ZvP)에서 더블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절합니다. 9그리드(Grid)가 일반적이며, 맵의 컨셉에 따라서 앞마당의 크기를 좁거나 넓게 제작합니다.
* 그리드(Grid) : 격자무늬를 뜻하며 스타2에서의 지형 및 건물의 크기 단위. 예) 보급고(Supply Depot)의 크기는 2x2 그리드

- 본진-앞마당 거리
본진과 앞마당의 거리가 멀면, 본진에 있는 병력이 앞마당으로 수비하러 오는데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본진-앞마당 거리는 매우 중요한데, 이는 상대방의 초반러쉬 중 벙커(Bunker)나 광자포(Photon Cannon)의 건설 완성의 유무에 따라 경기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벙커를 짓고 있는 건설로봇(SCV)은 생사여부에 따라 벙커의 완성이 갈리기 때문에 단 1초만 늦더라도 벙커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너무 수비가 어렵지 않도록 거리를 조절합니다.

- 적 앞마당-내 앞마당 거리
러쉬거리라고도 합니다. 러쉬거리가 짧으면 상대 병력이 내 기지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방어 요소를 갖추는 여유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러쉬거리가 길면 초중반 병력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매우 지루하게 될 것입니다. 러쉬거리의 조절의 방향성은 ‘공수가 적절히 가능할 수 있는 시간’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실제시간 기준으로 최소 24초부터 32초로 잡고 있습니다.
* 게임시간은 실제시간보다 1.4배 더 빠름.

- 건설불가 바위
건설불가 바위(Unbuildable Rocks)는 초반에 상대방이 본진 출구를 막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는 중립건물입니다. 해당 요소가 없으면 3수정탑, 2벙커를 통해 출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공격자 입장에서 게임을 손쉽게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유닛을 배치합니다.

- 광자포 러쉬
광자포 러쉬(Photon Cannon Rush)는 저그의 앞마당확보를 방해 혹은 취소시키기 위한 전략입니다. 만일 앞마당 자원 뒷 공간이 협소하다면 프로토스는 2수정탑(Pylon)을 통해 손쉽게 길을 막아 안전하게 광자포를 지을 수 있게 되어 해당 맵에서 저그의 선 산란못이 강제될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광자포 러쉬가 가능하나 저그 입장에서도 방어가 가능할 수 있도록 조절합니다.

- 앞마당 가스 위치
앞마당 가스는 특정시간의 가스채취 여부를 통해 상대방의 전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주로 저그vs타종족간의 영향이 있을 경우에 고려하는 부분이며, 저그가 대군주(Overlord)를 통해 앞마당 가스채취 여부 확인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 앞마당 안쪽이나 바깥쪽에 배치합니다.


#3 제 2멀티

중반을 더 튼튼하게 하고 후반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 2멀티는 게임의 중반을 책임지는 부분입니다. 제 2멀티 이후 보다 양질의 병력을 확보하여 후반을 도모하거나 엄청난 수입을 바탕으로 막강한 한방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 멀티를 통해 스타크래프트만의 대규모 전투가 펼쳐집니다.

- 앞마당-제 2멀티 거리와 수비
앞마당과 제 2멀티의 거리는 ‘원활한 중후반 운영의 가능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가까울수록 운영이 쉬워지고, 멀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거리와 관계없이 수비가 쉽거나 어려움에 따라서도 멀티 확보의 용이성이 달라집니다. 그 이외에도 많은 외부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1. 앞마당과 거리가 가깝고 수비가 쉬움
 -> 이 같은 방식은 주로 플레이어들에게 운영 플레이를 유도합니다.
2. 앞마당과 거리가 가깝고 수비가 어려움
 -> 운영이 가능하며, 공격태세를 갖추는 것도 좋습니다. 주로 일반적인 맵에서 이용됩니다.
3. 앞마당과 거리가 멀고 수비가 쉬움
 -> 2번 방식보다는 멀티 확보가 부담스러우나 공격적 플레이와 더불어 운영도 가능합니다.
4. 앞마당과 거리가 멀고 수비가 어려움
 -> 앞마당 이후 병력을 확보해야만 제 2멀티를 확보할 수 있어 병력싸움을 유도 할 수 있습니다.

- 효율적 수비의 가능성
일부 맵에서의 제 2멀티는 겉보기에 매우 확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심시티와 병력 배치를 통해서 효율적인 수비가 가능합니다. 예로 들어, 상대방이 진입할 수 있는 두 경로 중 한 곳을 심시티를 이용하여 방어하며, 나머지 부분을 병력으로 수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맵 제작시에 이러한 센스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하여 맵의 이해도가 좋은 선수는 해당 맵에서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 선택적 멀티를 통한 다양한 게임 전개의 방향성 제시
이전의 맵은 제 2멀티가 한 부분만 있어, 반드시 해당 위치로 제 2멀티를 가져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식맵 제작 시에는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멀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른 위치에도 제 2멀티를 대체할 수 있는 멀티가 존재합니다. 4인용의 경우, 상대방의 시작 지점에 따른 제 2멀티의 선택이 가능합니다. 이는 게임의 다양성을 유도합니다.
예) 세종과학기지(King Sejong Station)의 멀티 / 아웃복서(Out Boxer)의 섬멀티 / 돌개바람(Whirlwind)의 선택형 멀티 / 프로스트(Frost)의 선택형 멀티


#4 제 3~5멀티

후반전에 가져가는 멀티입니다. 이런 멀티의 위치는 아군 진영과 상대 진영 사이에 위치해 있어, 전투에서 패배하면 잃기 쉽기 때문에 위험성이 큰 멀티입니다. 그러나 확보하지 않으면 후반 전투 패배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제 3~5멀티는 특별한 가이드 라인은 없으며, 맵의 구도와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여 적당한 위치에 멀티를 배치합니다. 일부 맵에서는 컨셉에 맞게 독특하게 배치되기도 하며, 4인용 맵에서는 타 스타팅 위치가 제 3~5멀티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5 주요 전투 지역

적게는 병력 싸움을, 크게는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전장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세 종족이 균등한 전투를 펼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좁은 지형은 테란이, 넓은 지형은 저그가 유리하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길목의 폭
각 길목의 폭은 좁기도 하며, 넓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프로토스가 역장을 이용한 병력 분산을 유도하기 때문에 역장 4~6개의 길목 폭을 유지합니다. 너무 좁으면 프로스트에게 유리하며, 너무 넓으면 충분한 역장을 칠 수 없어 전투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맵에 따라서 넓은 길목 또는 다수의 좁은 길목 등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디자인됩니다.

- 저지선 역할
저지선은 병력의 움직임을 제한하여 한번 더 확인하고 지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요소입니다. 대표적인 지형요소로는 언덕, 구릉지, 가시선 방해물(Bush) 등이 있으며, 이런 지형요소를 통해 효율적인 전투를 펼칠 수 있습니다. 또한 바위탑(Rock Tower)과 젤나가 감시탑(Xel’Naga Tower) 같은 오브젝트 요소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6 세부 작업

세부 작업은 밸런스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과 지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버그를 찾아 고치어 맵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입니다. 주로 장식물(Doodads)의 충돌 범위, 공성 전차(Siege Tank)의 공성 모드 사거리를 포함하여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점검합니다.

- 장식물의 충돌 범위
스타2 에디터에서는 유닛이 다닐 수 없도록 설정한 충돌범위를 '발자국(Footprints)'이라고 합니다. 보통 맵을 꾸밀 때, 장식물(Doodads)의 각도나 배율을 수정하여 맵을 디자인 하는데, 발자국은 해당 모델의 비율 100%에 맞추어져 있어 비율을 줄이거나 늘려도 발자국 크기가 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동 경로 설정'을 통해 해당 장식물이 늘어난 배율에 맞게 발자국을 수정합니다. 그 이외에도 유닛이 다니면 안될 부분을 확인하여 사전에 버그를 방지합니다.

- 공성 모드
공성 모드(Siege Mode)는 유일하게 긴 사거리와 강한 공격력을 가진 능력 입니다. 그래서 지형을 이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싸움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맵의 지형을 이용하여 심각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지형을 수정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스타1에서 볼 수 있었던 '선기도'가 있습니다.

- 자원 배치 확인
각 멀티 자원이 8미네랄 2가스인지 확인합니다. 간혹 미네랄이 2개씩 겹쳐있거나, 일꾼이 가스위에 건물을 짓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일부 멀티의 채취율이 낮게 보이는 경우, 자원 배치를 수정합니다.

- 내부 테스트
게임이 가능할정도의 버전으로 완성되면 각 게임단 협조를 통해 테스트가 이루어집니다. 이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밸런스 및 버그를 바로 잡습니다.


#7 마무리 작업

밸런스 작업이 끝나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 작업에서는 심미적 디자인 작업을 마무리 하면서 조명 및 지형 지물을 변경하며 맵을 밝게 만듭니다. 이는 플레이 및 방송 송출 시에 유닛의 가시성이 좋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마침내 대회에서 쓰이는 정식버전(1.0)이 나오게 됩니다.

- 디자인 작업
내부 테스트때는 많은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맵의 기본적인 윤곽만 잡은 뒤에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테스트 이후에는 대회에서 쓰일 수 있도록 맵의 디자인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여 정식버전(1.0)으로 완성됩니다.

- 조명 설정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 시, 내부 조명의 색상과 세기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듯, 맵에서도 조명을 통해서 해당 맵의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습니다. 이 조명을 설정하여 맵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유닛의 가시성을 좋게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됩니다.


#etc 이스터에그


켐페인을 하다보면 재밌는 요소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이스터 에그(Easter Egg)라고 하는데요, MMAT에서 만든 공식맵에도 이스터 에그가 존재합니다. 맵의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이스터 에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맵에 존재하며, 맵을 한번 둘러보면 나오는 것부터 일정 시간이 되면 움직이는 요소까지 다양한 이스터 에그가 일부 공식 제작맵에 들어가 있습니다.


#끝으로
최근 공식맵 제작팀 크럭스(Crux)에서 주최한 맵 공모전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공모전에서 뽑힌 맵은 아마추어 리그의 공식맵으로 쓰였기 때문에 더욱 세밀한 심사를 거쳤으나, 예상과 다르게 참가맵의 절반 이상은 상당한 버그가 있었습니다. 혹여라도 아무 테스트 없이 맵을 사용했다면, 아마추어 리그일지라도 버그로 피해를 본 선수들은 억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어 맵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스타와 맵에 관심이 많은분들께도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으로 좋지 않을까 싶어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맵을 모르시는 분들도 이런 글을 보시기 때문에 무겁지 않고 재밌도록 썼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끝으로 구도를 잘짜고 디자인을 멋있게 하는 것이 잘 만든 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형을 그을때에도 어떤 이유에 의해 디자인 되었는지 말할 수 있는 맵이야 말로 ‘잘 만들어진 맵’이 아닐까요?

Written by Jacky (Geun ho Park)
Presented by Mapdori Map Architect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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